실리콘벨리 – 공부 잘하는 자식 의대 보낸것, 후회하는 날 온다

HYEONG HWAN, MUN/ 10월 21, 2014/ 미분류/ 0 comments

https://blog.lael.be/post/341

추천받아서 읽었는데 상당히 좋은 글인듯.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기업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에는 자녀교육에 대한 대체적인 공식이 하나 있다. 어릴 때 컴퓨터 코딩을 배우게 하고, 대학은 공대로 보내, 엔지니어를 시키는 것. 취업이 쉽고, 큰 돈 벌 수도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정부, 기업, 창업 관계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실리콘밸리를 찾는다. 실리콘밸리 같은 창조경제 모델을 한국에도 만들어보자는 것. 그런데, 한국이 창조경제를 만들려면 실리콘밸리 부모들은 왜 자식들 코딩을 가르치고, 왜 공대를 보내려 하는지 이 질문부터 풀어야 할 터. 죽을 둥 살 둥 공부시켜 의대 보내는 대신, 부모들이 먼저 자식들 공대로 보내고 싶도록 할 수 있다면, 창조경제는 성공하는 것 아닌가. 
 
한국 손님들이 이곳에 와서 꼭 먼저 조언을 구하는 조성문(37)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파워블로거로도 유명한 그는 게임빌 창업멤버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와 MBA를 마친 뒤 4년 전 오라클에 들어갔다. 잘나가는 창업멤버 그만두고 미국 온 이유는 뭘까? “실리콘밸리에는 어떤 괴물들이 살길래 날마다 IT 혁신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서”라고 한다. 
 
“이곳은 ‘누구누구 아들이 회사 만들어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 벌었더라’는 소문이 늘 도는 동네입니다. 성공한 엔지니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집 이야기이죠. 그런 일을 늘 보기 때문에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공학을 가르칩니다. 큰 기업이 아니더라도, 작은 스타트업(초기 벤처)에 합류해도 10만 달러 훨씬 넘는 연봉에 스톡옵션 등 난리 납니다. 매각이라도 되면 수십 억 원 벌게 되죠. 이공계 기피현상이 여전하고 우수인력이 의대로 몰리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엔지니어처럼 고달픈 삶도, 죽자 사자 덤벼야 하는 삶도 아니다. “어떻게 저렇게 여유 있게 일하는데도, 그렇게 돈을 잘 벌 수 있냐, 늘 의문이었죠. 오라클은 오후 5시면 불 꺼집니다. 구글도 6시면 대부분 갑니다. 원래 스타트업이면 ‘헝그리하게’ 일하는 곳인데, 휴가 갈 것 다 갑니다. 당연히 한국보다 속도도 더딥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잡무를 많이 시킨다고 해도, 생산성을 비교하면 한국이 더 높을 겁니다. 그런데도 돈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엄청나게 더 잘 벌죠.” 
 
그는 그 이유가 “원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날씨 좋아 돈 많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는 게 결정적이죠. 좋은 물건 만들면 비싸게 사줄 수 있는 고객 사이즈가 워낙 크고, 작더라도 좋은 회사 만들면 통째로 사주는 부자 대기업도 많죠. 회사 만들어 실패해도 한 두 번 용인해줄 수 있는 투자자들도 많고, 이런 좋은 대접 때문에 전세계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몰려오고요.” 
 
그래서 그는 “실리콘밸리 따라 하겠다고 여기 문화를 한국에 그냥 툭 하고 심으면 주저앉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가진 것이 100이라면 실리콘밸리는 가진 것이 1만입니다. 실리콘밸리 일면만 보고 복제하겠다는 것은 가난한 집이 부잣집 생활패턴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 밖에 안 되는 셈이죠.” 
 
그래서 실리콘밸리라는 괴물과 경쟁하려면,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 “오히려 해왔던 것처럼 하는 게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삼성처럼 말이죠. 관료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직원들이 일사 분란하게 헌신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한 것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빨리빨리 따라잡아 결국엔 스스로 선도자가 되는 전략이 옳다는 것이죠. 이정도 성과를 이루었느니 실리콘밸리 문화로 바꾸자? 섣불리 이렇게 했다가는 주저앉아 버립니다.”
 
 
 
정부의 창업활성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일거에 실리콘밸리를 한국에 만들려다 보니 창업경진대회, 멘토지원, 자금지원 등 수많은 종류의 사업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유행처럼 창업하겠다는 젊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아요. 한꺼번에 실리콘밸리를 도입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것이라면, 딱 그 시작점을 잘 찾아 정부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는 현재 한국의 스타트업에 엔젤투자도 하고 있고, 많은 후배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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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매니저는 마침, 이런 실리콘밸리 괴물들의 성공비결을 어떻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책 <스핀 잇-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을 최근 펴냈다. 그는 “공무원 등 수많은 분들이 찾아오지만, 질문은 늘 똑같다”면서 “미리 공부라도 하고 실리콘밸리를 찾는다면 한국이 배울만한 성공비결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십 여 년 한국 정부는 수많은 모델들을 외쳐왔다. 너도나도 구조조정 하자는 글로벌스탠더드 모델, 몇 개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강소국 모델, 사회적 합의와 높은 세금을 전제로 하는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 그러다 이제는 창업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든 창업국가 이스라엘 모델, 그리고 실리콘밸리 모델.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한국적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다만, 실리콘밸리에서 진짜 하나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죽을 둥 살 둥 시켜서 제일 잘하는 애들을 몽땅 의대로 보내면, 나중에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걸어서가 아니라, 세상은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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